제사상에 빠지지 않고 오르는 대추, 밤, 배, 감에는 아래와 같은 심오한 뜻이 있다.
조율이시는 棗(대추) 栗(밤) 梨(배) 枾(감)을 뜻한다.
제사상 차리는 방법
제사 음식을 제수(祭需)라고 한다. 제수는 지방과 가정에 따라 다르다. 제수를 제사상에 차리는 것을 진설(陳設)이라고 하는데, 그것 또한 매우 다양하다. 따라서, 어느 방법이 옳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대체적인 제사 음식의 종류와 차리는 방법을 예시로 설명하고자 하니, 참고하여 각기 형편에 따라 조절할 수 있을 것이다.
제사상 차리는 방법은 집안마다 다르고, 준비한 음식에 따라서 달라질 수밖에 없으므로 일괄적으로 여기서 딱 잘라서 말하기 어렵다. 제사상 차리는 것에는 관련된 격언 중 몇가지를 소개하니 참고하도록 한다.
제사상 차리는 것에 관련된 격언.
- 고비합설(考妣合設) : 내외분일 경우 남자조상과 여자 조상은 함께 차린다.
- 시접거중(匙楪居中) : 수저를 담은 그릇은 신위의 앞 중앙에 놓는다.
- 반서갱동(飯西羹東) : 밥(메)는 서쪽이고 국(갱)은 동쪽이다(산 사람과 반대)
- 적접거중(炙楪居中) : 구이(적)는 중앙에 놓는다.
- 어동육서(魚東肉西) : 생선은 동쪽에, 고기는 서쪽에 놓는다.
- 동두서미(東頭西尾) : 머리를 동쪽에 향하고, 꼬리는 서쪽을 향한다.
- 배복방향(背腹方向) : 닭구이나 생선포는 등이 위로 향한다.
- 면서병동(麵西餠東) : 국수는 서쪽에, 떡은 동쪽에 놓는다.
- 숙서생동(熟西生東) : 익힌 나물은 서쪽이고, 생김치는 동쪽에 놓는다.
- 서포동해·혜(西脯東醢·醯) : 포는 서쪽이고. 생선젓과 식혜는 동쪽에 놓는다.
- 홍동백서(紅東白西) : 붉은 색의 과실은 동쪽에 놓고, 흰색의 과실은 서쪽에 놓는다.
- 동조서율(東棗西栗) : 대추는 동쪽이고 밤은 서쪽에 놓는다.
제수상 준비.
제수에는 크게 신위 별로 준비해야할 것이 있고, 그렇지 않은 것이 있다. 제사는 조상을 한 분만 모실 수도 있지만, 두 분 이상을 한꺼번에 모시는 경우도 있다. 그러니, 일반적인 상차림에비유하면 개인별로 준비해야할 것이 있고, 그렇지 않은 것이 있는 것이다.제사에서 쓰는 음식은 밥을 메라고 하고, 국을 갱이라고 하는 등 특별한 이름으로 부른다.
1. 신위 별로 준비할 것
밥(메), 국(갱), 숭늉(숙수) 등은 신위 수대로 준비한다. 명절 차례에는 떡국이나 송편이 대신한다.
밥은 그릇에 담아 밥뚜껑을 덮는다. 국은 쇠고기 뭇국을 흔히 쓰고 덮개를 덮는다. 숭늉은 냉수 혹은 더운 물에 밥알을 조금 푼다.
2. 신위 수와 무관한 것
술(제주), 식초(초접), 간장(청장), 떡(편), 찌개(탕), 부침개(전), 구이(적), 포(어포, 육포 등), 식혜(혜), 나물(숙채), 김치(침채), 과자 및 과일(과실) 등은 신위 수와 상관없이 준비한다.
특히 어느 제사상이라도 제일 앞줄에 빠지지 않고 감초같이 오르는 대추, 밤, 배, 감에는 아래와 같은 심오한 뜻이 있다.
대추[棗]
대추나무는 암수가 한 몸이고, 한 나무에 열매가 엄청나게 많이 열리는데 꽃 하나에 반드시 열매가 맺히고 나서 꽃이 떨어진다. 헛꽃은 절대로 없다. 즉, 사람으로 태어났으면 반드시 자식을 낳고 죽어야 한다는 뜻이다. 대추는 통씨여서 절개를 뜻하고 순수한 혈통과 자손[후손]의 번창을 기원하는 의미이다.
대추는 붉은 색으로 임금님의 용포를 상징하고 씨가 하나이고 열매에 비해 그 씨가 큰 것이 특징이므로 왕을 뜻한다. 왕이나 성현이 될 후손이 나오기를 기대하는 의미와 죽은 혼백을 왕처럼 귀히 모신다는 자손들의 정성을 담고 있다.
밤[栗]
밤나무는 땅 속에 밤톨이 씨밤[생밤]인 채로 달려 있다가 밤의 열매가 열리고 난 후에 씨밤이 썩는다. 그래서 밤은 자신의 근본을 잊지 말라는 것과 자기와 조상의 영원한 연결을 상징한다. 이런 연유로 밤나무로 된 위패를 모신다.
유아가 성장할수록 부모는 밤의 가시처럼 차츰 억세었다가 "이제는 품안에서 나가 살아라."하며 밤송이처럼 쩍 벌려주어 독립된 생활을 시킨다는 것이다. 밤은 한 송이에 씨알이 세 톨이니 3정승(영의정, 좌의정, 우의정)을 의미한다.
배[梨]
배는 껍질이 누렇기 때문에 황인종을 뜻하고, 오행에서 황색은 우주의 중심을 나타낸다. 흙의 성분(土)인 것이다. 이것은 바로 민족의 긍지를 나타낸다. 배의 속살이 하얀 것으로 우리의 백의민족에 빗대어 순수함과 밝음을 나타내 제물로 쓰인다. 배는 씨가 6개여서 육조(이조, 호조, 예조, 병조, 형조, 공조)의 판서를 의미한다.
감[枾]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이 나는 것이 천지의 이치인데 감만은 그렇지 않다. 감의 씨앗을 심으면 감나무가 나지 않고 대신 고욤나무가 나는 것이다. 그래서 3~5년쯤 지났을 때 기존의 감나무를 잘라서 이 고욤나무에 접을 붙여야 그 다음 해부터 감이 열린다.
감나무가 상징하는 것은 사람으로 태어났다고 해서 다 사람이 아니라 가르치고 배워야 비로소 사람이 된다는 뜻이다. 가르침을 받고 배우는 데는 생 가지를 칼로 째서 접붙일 때처럼 아픔이 따른다. 그 아픔을 겪으며 선인의 예지를 받을 때 비로소 하나의 인격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감나무는 아무리 커도 열매가 한 번도 열리지 않은 나무를 꺾어 보면 속에 검은 신이 없고, 감이 열린 나무는 검은 신이 있다. 이것을 두고 부모가 자식을 낳고 키우는데 그 만큼 속이 상하였다 하여 부모를 생각하여 놓는다고 한다. 감은 씨가 8개여서 8방백[8도 관찰사, 8도 감사]을 뜻한다. 8도 관찰사가 후손에 나오라는 의미이다.
이상과 같이 제사상의 주된 과일로 대추, 밤, 배, 감이 오르는 것은 이들이 상서로움, 희망, 위엄, 벼슬을 나타내는 전통적 과일이기 때문이다. 제사나 차례상을 진설할 때 이 정도 지식을 갖추고 진행한다면 훨씬 덜 지루하겠지요? 조상의 공덕을 기리고 추모하는 것은 자손된 당연한 도리로서 대대손손 우리가 지켜나가야 할 전통입니다. 자녀에게도 좋은 교육자료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