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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어느 명산명찰(名山名刹) 밑, 모녀식당의 이야기

기사승인 2019.11.09  17:4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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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닫고 보면, 이 세상 만사(萬事)는 모두 정해졌다. 부생(浮生)이 헛되이 바쁘게 움직일 뿐이다(萬事改有定 浮生空自忙). 우리 태양계에 뭇 생명체가 업(業)대로 인연 따라 살다가 죽고 마는 곳은 지구뿐이다. 태양을 중심한 행성은 지구 외에도 많지만 수천도의 열을 토하는 태양과 거리가 적당한 지구만 생명들이 음양을 이루며 번식하고 죽는 곳이다.

그러나 지구는 부처님이 말씀하신 극락세계가 아니다. 왜냐면 지구는 약육강식의 지구이기 때문이다. 지구의 인생은 우주의 시간에 비하면 찰나와 같이 짧은 시간이지만, 인간들은 행운과 불행의 애환 속에 살다가 결국 공(空)으로 돌아간다. 나는 오늘 한국의 어느 명산, 어느 명찰의 사하촌(寺下村)에 있는 모녀식당(母女食堂)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왜 어느 명산, 어느 명찰이라고 표현하며 이야기를 시작해야 하는가? 모든 욕망을 버리고 출가수행을 하고 있다고 자존하는 승려들 가운데는 나의 이야기에 자신이 관련 있는 것도 아닌데, 나의 이야기에 격노와 분통을 터뜨리고 “명예가 훼손되었다”고 사작당국에 고소, 고발하는 일부 승려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표현에 매우 조심해야 하는 것이다.

근거로 예전에 나는 어느 승려가 애써 조각난 천 조각을 기운 가짜 누더기를 입고서 외제 고급차 “링컨 컨티”을 운전하고 다니는 것을 보고 “차라리 승복을 벗고 멋대로 살아라“는 비판의 글을 쓰고, ”도시빈민, 농어촌 빈민들을 생각한다면 고급 외제차를 타고 다니지 말라“는 질타의 글을 썼더니, 상관없는 어느 벤츠를 타고 다니는 승려가 명예훼손을 당했다며 나를 검찰에 고소를 했다.

벤츠 차를 타고 다니는 승려는 어떻게 돈을 모운 것인지 알 수 없으나 그는 검찰의 지청에 있는 검사들에게 주식(酒食)을 가끔씩 대접한다고 자랑하고 다녀 일부 가난한 민중들은 그 승려가 권력이 있다고 표현했다. 그 승려의 고소에 의해 나는 졸지에 소환장을 받은 적이 있다. 따라서 모녀식당에 대한 이야기도 매우 조심을 해서 글을 써야 한다는 것이 나의 애로사항인 것이다.

1986년 내가 40대 중반 시절의 이야기다. 어느 해 봄, 지리산에 있는 명찰의 부처님을 참배하고 기도를 드린 후 걸망을 매고 혼자 사하촌의 버스 정류장을 찾아 걷고 있는 데, 길 옆 오래된 벚꽃나무에서 하얀 벚꽃이 바람에 눈이 흩날리듯 환상처럼 날아 낙하하고 있었다. 나는 걸음을 멈추고 얼굴을 들어 벚꽃을 바라보면서 감탄하고 있는데, 어느 50대 초반의 미인형의 여자가 역시 벚꽃을 마치 넋 나간듯 바라보고 있었더, 나는 그녀를 보면서 “벚꽃과 못 잊을 추억이 있는가?” 생각하고 그녀의 얼굴을 보았다. 그녀도 나를 보고는 얼굴을 돌렸다, 그녀는 소리죽여 울고 있었다.

나는 사하촌에 내려와 버스 시간을 알아보니 1시간이 넘어서야 버스가 온다는 것이었다. 나는 배가 고파 적당한 식사를 하고 싶어 사하촌에 즐비한 식당들을 보니 시야에 “모녀식당”이라는 간판이 내걸린 작은 식당이 보여 들어갔다.

식당 안에는 20대 중반의 처녀가 반색을 했다. 마치 반가운 친척이라도 만난 것처럼 반색을 해주었다. 나는 국수를 주문하고 자리에 앉았다. 예쁜 처녀는 웃으며 물었다. “어디로 가세요?” “설악산 쪽으로 기서 동해안 쪽으로….” 이때, 문을 열고 들어오는 여자가 있는데, 조금전 벚꽃을 바람에 휘날리는 것을 보면서 소리죽여 울던 여자였다.

그녀는 국수를 준비하는 처녀에게 말했다. “애야 이 스님도 역마살(驛馬煞)이 있는 분 같구나. 어느 한 여자를 사랑하여 가정을 꾸리고 처자를 위해 돈을 벌어다 주는 팔자가 아닌 전국을 행운유수(行雲流水)처럼 떠돌아다니기를 좋아하는 스님 말이다. ” 어머니는 딸에게 심부름을 시켰다. 딸은 섭섭하기 짝이 없다는 듯 나를 보고는 연신 미소와 아쉬움을 표하더니 심부름을 따났다.

어머니는 딸이 없자 나에게 다가와 의자에 앉으며 “제 딸이 제어미를 닮아서 스님만 보면 반가워한답니다.” 나는 국수를 먹고 나서 그녀에게 물었다. “ 아까 벚꽃아래서 왜 우셨습니까? 몾잊을 추억이 있나요?” 그녀는 손수건을 꺼내 눈가의 물기를 닦으며 말했다. “있지요. 아주 못잊을 추억이 있지요. 딸이 없을 때, 스님한테 고백하지요.” 그녀는 성이 박(朴)씨라고 했다.

아득한 추억의 어느 봄 날, 명찰에서 10리가량 떨어진 가난한 집의 박씨 처녀는 전생에 인연인듯 혼자 바람에 휘날리는 벚꽃아래 서 있었다. 그 때 우연히 잘생긴 젊은 스님이 걸망을 매고 다가왔다. 그는 박씨 처녀에게 말을 건넸다. “꽃이 너무 아름답지요? 그러나 꽃은 아름다워도 결국은 지고 마는 것이라오. 

제행무상으로 무(無)요 공(空)으로 돌아가고 말 지….” 박씨 처녀는 바람에 휘날리는 환상적인 벚꽃, 그리고 잘생긴 스님의 말을 뜯고 한 눈에 반해 버렸다. 그녀는 잘생긴 스님에 홀린 듯 사하촌 허름한 여관에 따라 들어갔다. 여관방에서 잘생긴 스님은 자책하듯 탄식조로 말했다. “성불을 해야 하는 데… 중생과 또 인연이 있구먼.”

박씨 처녀는 웃을 벗기우며 애타게 말했다. “책임을 지실 수 있겠지요?” 잘생긴 스님은 탄식조로 대답했다. “5백생의 인연을 어찌 책임지지 않겠소? 나는 부산에서 대학을 나왔으니 밥벌이는 할 수 있을꺼요.” 두 남녀는 몇 번이고 운우지정(雲雨之情)을 이루었다. 그녀가 눈을 떴을 때는 방안에 한 장의 편지가 놓어 있을 뿐이었다. 내용을 요악하면, “부처님처럼 성불하기 위해서는 떠나야 한다”는 주장이 적혀있었다. “행복을 바란다”는 축복과 함께 편지 끝에는 법명이 진공(眞空)이었다. 진공이라는 승려는 성불을 위해 마치 구름에 달 가듯이 떠나가 버린 것이었다.

박씨 처녀는 울며불며 미친 듯이 진공스님을 찾았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전생에 인연인지, 박씨 처녀는 귀여운 딸을 낳았다. 딸의 아빠를 언제인가 만난다는 희망으로 약간의 돈을 마련하자 지금의 사하촌에 식당을 차려놓고 진공스님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었다. 세월은 섬진강 강물처럼 무심히 흐르고 또 흘렸다.

이야기를 마친 그녀는 마지막으로 진공스님을 만나 귀여운 딸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는 게 소원이었다. 그녀는 만나는 스님마다 진공스님을 애써 소재를 물었지만, 그녀가 찾는 진공스님은 없었다. 버스기 왔다. 나는 그녀에게 위로의 말을 주면서 약속했다. “꼭 내가 찾아주겠습니다.” 그녀는 떠나가는 나에게 “10년 전 진공스님 비슷한 스님이 남해 어느 바닷가 바위에서 걸망에 돌을 기득 넣어 투신자살했다는 소문이 있어 알아보니 법명이 다른 스님이었어요.” 모녀식당의 주인여자는 딸에게 “너희 아버지는 객승이다”고 아직 말하지 않았다 한다.

그 후 나는 진공스님을 백방으로 수소문했지만 찾을 길이 없었다. 나는 진공스님에 대해 추론하듯 생각했다. 첫째, 수행도중 죽었던지, 둘째, 오매불망 성불을 희망해서 마침내 뜻을 이루어 어느 명찰에서 방장과 조실이 되어 법명을 바꾸어 살고 있다는 추론을 해보았다. 총림의 법상에서 주정자로 법상을 치면서 상당 법문을 할 것 같은 상상이 들었다.

그런데 우연히 남해에서 일평생을 살아온다는 어느 선배 스님을 조계사에서 우연히 만나 찻집에서 애기를 나누었다. 나는 선배스님에게 질문했다. 그는 놀라운 반전(反轉)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남해 바닷가에서 걸망에 투신자살한 승려가 있습니까? 법명이 누굽니까?“ 선배스님은 늙어 힘없이 실눈을 뜨고 이렇게 대답했다. ”죽은 승려는 만적(萬寂)이라네. 자네도 알텐 데? “ 선배는 조소하듯 말했다.

선배스님은 말했다. ”그는 평소 만나는 여자들에게 자신은 유명대학을 나왔다고 자랑하고, 부산 부자집 아들이라고 자랑하고, 희망을 주었지, 그러나 만나는 여자에게 알리는 법명이 달랐어.“ 나는 진지하게 물었다. ”혹시 만적스님이 진공스님으로 행세한 적은 있습니까?“ ”암 있다마다, 만적의 거짓말의 종착역은 그에게 정을 주었던 여자들이 단체로 혼인방자 사기 죄로 고소를 해서, 결국은 걸망에 악업(惡業)같은 돌 맹이를 가득 담아 속죄의 뜻인지 무언지는 몰라도 바다를 향해 투신했다네. 책임지지 않으려면 여자를 건드리면 안 되는 진리를 한국 불가에 보여주었지.“

만적스님은 내가 예전에 인사를 나눈 매우 잘생긴 스님이었다. 그는 책임지지 않을 여자에게는 엉뚱한 법명을 기억하게 해주는 재주가 있었다. 그 후 나는 사하촌에서 딸을 데리고 모녀식당을 하면서 딸의 아빠를 기다리는 박씨 여자에게 진실을 알려줄 수가 없었다. 착한 박씨 여자와 그 딸의 운명이 너무도 가여워서 나는 폭탄 같은 말을 해줄 용기가 도저히 나지 않았다. 착한 모녀에게는 아득한 휘날리는 벚꽃 같은 추억의 전생사로 남기를 바랄 뿐이었다.

끝으로, 서두에 나는 세상의 “만사는 다 정해졌고, 부생이 즉 중생이 헛되이 바쁘다고 인용했다. ”깨닫고 보면 인생의 흥망성쇠와 희노애락이 부질없는 일장춘몽(一場春夢)과 같은 것이다. 대부분의 승려의 정해진 운명은 있다. 일부 승려의 사주팔자에는, 첫째, 역마살이 있고, 둘째, 화개살이 있고, 셋째, 처자궁(妻子宮)이 공망으로 타고난 남자들이 승려가 되어 마치 행운유수(行雲流水)같이 운수납자 노릇을 하고 있다. 

그러나 부처님을 닮으려는 진짜 수도승은 한 여자의 마음을 평생을 아프게 하는 언행은 절대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강력히 주장하는 바이다. 자칫하면 걸망에 돌멩이를 기득 담아 매고 바다에 뛰어드는 인과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法徹(이법철의 논단 대표)

이법철의 논단 대표. news@yangpa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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