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가 폭염 열대도시라는 오명에서 차차 벗어나고 있는 것은 문희갑 전 대구시장의 공로가 크다.
우려한 태풍 다나스의 영향권은 이제 지나가고 한국은 22일 중복, 23일 대서(大暑: 24절기 중 12번째 절기로 몹시 심하게 더운 날을 뜻함)를 맞아 찜통더위 속으로 들어갔다. 동시에 '대프리카(대구+아프리카 합성어로, 대구가 아프리카만큼 덥다는 뜻의 신조어)'라 불리는 대구의 유명한 더위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중복인 22일은 열대야가 예고된 가운데 이날 저녁의 대구시민들은 폭염으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저녁 9시가 되어도 30도를 넘어가는 온도에 시민들은 에어컨 바람이라도 쐬려 집밖 시원한 쉼터로 나왔다.
더위덕분에 영화관부터 쇼핑몰, 편의점까지 냉방시설을 갖춘 상점들은 더위를 피해 나온 손님들로 인성만성으로 북적였다. 대구지방기상청은 북태평양 고기압에서 유입한 고온다습한 남서기류의 영향으로 대구가 무더운 날씨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태풍으로 간간히 내린 비 탓에 습도까지 높아져 열섬현상이 일어나 밤에도 기온이 잘 떨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높은 습도 탓에 체감온도가 더 높아지기도 했다. 관계자는 이번 주까지는 낮 기온도 크게 오르고 열대야가 나타나는 곳이 많으니 건강관리를 당부했다.
이처럼 '대프리카(대구+아프리카)'라 불리며 놀림 받던 대구의 폭염은 이 같은 별명도 무색해지고 있는 추세다. 무더위를 평하는 폭염이나 열대야 일수 등을 살펴보면 오히려 대구보다는 광주나 전주, 합천 등이 대구보다 더 심해지고 있다는 조사 결과다.
대구시의 최근 5년간 폭염·열대야 일수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1년부터 2015년까지는 대구의 폭염일수가 타 대도시보다 많았으나, 2016년부터는 1위를 빼앗긴 것으로 나타났다. 열대야 지수 역시 2014년 이후부터는 강릉, 서울, 광주, 부산 등에서 더 자주 나타나고 있었다.
온열질환자의 발생률 역시 그랬다. 최악의 폭염으로 유명했던 지난해 여름, 인구 1만명당 온열질환자의 전국 평균은 0.9명이었다. 그러나 대구는 0.49명으로 전국 최저치를 보이기도 했다.
대구는 문희갑 전 시장의, “대구시 전역에 꾸준한 나무심기 확산으로 매년 여름이면 유례없는 폭염에도 도심의 기온을 낮추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됐다”고 생각된다. 대구시는 “앞으로도 나무심기를 지속해 도심 열섬현상 완화와 시각적 청량감을 줄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해야 할” 것이다.
또 대구가 폭염 열대도시라는 오명에서 차차 벗어나고 있는 것은 더위로 인한 문제에 대한 우려가 많이 나오는 만큼, 많은 방안도 뒤따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대구의 공공시설과 시내 곳곳에는 물안개를 뿜어 더위를 식히는 쿨링포그가 33대 설치돼 있다.
교차로나 횡단보도 등에는 총 761개의 그늘막이 설치됐고, 건물 지붕에 설치돼 열을 차단하는 쿨루프도 131개가 있다. 도심공원과 물놀이장, 바닥분수도 이르게 운영·개장해 시민들의 더위를 식혀주고 있다.
지자체들은 도로살수차를 운행하고 있으며, 대구시는 오는 2021년까지 180억 원이 투입되는 도시바람길 숲을 만들고 도로 열기를 잡아주는 클린로드 시설(물 분사 시설)을 확대할 계획도 있다.
최근 5년간 시와 구·군이 폭염 피해를 줄이기 위해 이 같은 경감시설을 확충하고 예산을 투입한 것이 결실을 맺고 있다. 그러나 시에서는 "폭염은 자연재난으로 시민 스스로 안전하고 건강한 여름을 날 수 있도록 행동요령 등을 적극 실천해 줄 것"을 당부하고 나섰다.
23일 대구의 낮 기온도 역시 33도를 웃돌며, 일부 지역을 제외한 대구·경북의 전 지역에 폭염주의보가 내려졌다. 열대야와 폭염이 지속될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시와 지자체의 노력과 아울러 시민들이 건강관리에 유념해 대구가 '여름에도 건강한 도시'라는 별명을 얻길 바란다.
침묵의 살인자 폭염과 열대야는 고령의 노인 어르신들에게는 치명적.
사회복지사들은 독거노인과 같은 사회적 약자를 돕는 것은 당연한 직업적 사명이다. 하지만 사회복지사들도 폭염에 취약하기는 마찬가지다. 특히나 업무시간의 대부분을 바깥에서 활동하는 요양보호사나 독거노인생활관리사들은 40~50대 여성종사자가 많다. 서비스를 하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라는 신분의 차이가 있을 뿐 폭염 앞에서는 모두 나약한 존재에 불과하다.
약자를 위한 사회적 안전망은 날이 갈수록 발전하고 있지만 정작 일선에서 서비스를 전달하는 자를 위한 안전장치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여름만 되면 뉴스에서 용광로에서 일하는 제철소 근로자들이나 화마와 싸우는 소방관들처럼 뜨거운 열기 속에서 고생하는 사람들의 일상을 종종 보게 된다.
그런 뉴스를 보면서 어쩌면 모르고 지나칠 뻔한 사람들의 노고를 되새길 수도 있을 것이다. 소방관들의 고생이야 말할 나위 없지만, 폭염에 고생하는 또 다른 직종의 사람들에게도 시선을 줘야 한다. 건설현장 노동자, 집배원이나 택배기사, 에어컨 수리기사들이 그들이다. 그리고 사회복지사들도 있다. 그들에게 한여름 폭염의 열기는 용광로와 다를 바가 없다.
현재 정부와 지자체가 ‘무더위 휴식시간제’라는 제도를 통해 실외 노동자들의 휴식을 권고하고는 있지만, 의무가 아닐뿐더러 폭염경보가 뜨면 오히려 더 바빠지는 사람들에게 무조건 휴식하라는 제도가 무슨 소용일까 싶다. 주민들의 무관심 속에 우리 사회에는 택배기사나 또 사회복지사들처럼 무더위 속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
그들이 바로 존재하지만 근 존재를 느끼지 못하고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여름철 폭염만큼은 정부에서도 자연재난에 포함시켜 적극 대응에 나서야 한다. 하지만 법을 만들고 시행하기까지는 여름이 훨씬 넘어 다음해에도 흐지부지 할지 모른다. 사태수습과 정책수립도 물론 중요하고 이들을 위한 처우개선도 빠른 시일에 대처를 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요한 것은 우리 사회에서 그들에 관한 무한 관심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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