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국제결혼 미등록 업체 정비, 그릇된 인식 개선 필요.
최근 베트남 출신 국적의 결혼 이주여성이 소셜네트워킹 서비스(SNS)에 한국인 남편으로부터 무차별적 폭력에 노출된 유튜브 동영상 장면이 공개되자 누리꾼들로부터 사회적 공분이 일었다.
결국 영상 속 이 남성은 경찰에 체포됐다. 문제는 이 같은 폭행 사건이 결혼 이주여성들 사이에서는 드문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폭행당한 베트남 이주 여성은 지난 6일, 전남 영암경찰서에 한 통의 신고전화가 걸려왔다.
신고자는 베트남 국적의 A씨의 지인으로 한국말이 서툴다는 이유로 A씨가 술에치한 남편에게 심하게 폭행당했다는 내용이었다. 폭행 피해 영상은 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됐다. 2분33초가량의 영상서 남편에게 뺨을 맞고 발로 걷어차이고 주먹으로 머리와 옆구리 등을 얻어맞았다. 두 살 남짓한 아이가 "엄마, 엄마"를 외치며 울음을 터트리다가 폭행 장면에 놀라 도망치는 장면도 고스란히 담겼다.
이들 외국인 신부 대다수는 '코리안 드림'을 이루기 위해 한국행을 택했지만 국제결혼에 대한 그릇된 인식, 문화적 차이 등으로 상습적인 언어 폭력과 살해 위협 등에 시달리고 오직 돈벌이를 목적으로 하는 악덕 국제결혼 중개업자들로 인해 상품아닌 물건 취급을 받는 그릇된 환경까지 조성되고 있다.
영상에는 30대 남편이 부인을 주먹과 발, 심지어는 소주병으로 무차별 폭행하는 장면이 담겨 있다. 그 옆에는 두 살배기 아들이 울면서 폭행 장면을 고스란히 지켜보고 있었다. 이번 사건의 피해 여성은 “남편에게 하도 맞아 남편 몰래 (동영상을) 찍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남편은 “아내의 한국말이 서툴러서 폭행했다”는 어이없는 이유를 댔다. 영상을 보고 남편의 태도를 알게 된 누리꾼들은 분개했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엄벌을 요구하는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관련 영상이 인터넷 커뮤니티로 퍼져 나가면서 베트남 현지에서도 이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결혼 이주 여성에 대한 가정폭력은 이번만이 아니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에 의하면 지난 2007년부터 10년간 폭행 등으로 사망한 결혼 이민 여성은 19명으로 나타났다.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결혼 이주민의 안정적 체류 보장을 위한 실태조사’를 봐도 이주 여성 920명 가운데 42.1%가 “가정폭력 경험이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들 10명 중 4명, 즉 절반가량이 가정폭력에 시달리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가정폭력을 당한 뒤 도움을 요청했는지 묻는 항목에선 ‘안 했다’는 응답이 31.7%나 됐다. 이들이 신고를 꺼리는 것은 배우자의 영향력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제결혼 건수는 2013년부터 2017년까지 2만건을 상회하고 있다. 2013년 2만5963건, 2014년 2만3316건, 2015년 2만1274건, 2016년 2만591건, 2017년 2만835건 등이다.
국제결혼 건수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한국 남자와 외국 여자의 결혼이다. 2013년 1만8307건에서 2014년 1만6512건으로 줄어들었다가 2015년 1만4677건, 2016년 1만4822건, 2017년 1만4869건으로 비슷하게 유지됐다.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지난해 6월 결혼이주여성의 실태를 조사한 외부 연구용역 보고서를 공개했다. 2017년 7∼8월 결혼이주여성 92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결혼이주여성의 국적은 베트남 출신이 42.4%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으로 중국·필리핀·일본·캄보디아 등의 순이었다.
이들은 평균 16.37년 동안 한국에 살았다. 결혼이민비자를 소지한 여성이 232명, 영주자격 취득자는 113명, 혼인 귀화자는 258명이었다. 조사 당시 응답자의 70.7%가 무직 상태였고, 60%는 개인 소득이 없었다. 인권위에 따르면 결혼이주여성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387명(42.1%)이 가정폭력을 경험했다. 이들 중 38%(147명)은 가정서 폭력 위협을 당했고, 19.9%(77명)는 흉기로 협박당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의 국적 취득, 비자 연장, 영주권 신청 등을 할 때 한국인 남편의 ‘신원보증’이 필요하기 때문에 폭행을 당하고도 신고를 하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를 이용해 말 그대로 '자신에게 꼼짝 못 하는' 이주 여성을 폭행하는 한국인들은 이를 잘못이라 여기지 않고, 피해자를 화풀이 대상으로 쓰기도 한다.
이는 이주 여성을 자신과 동등한 하나의 인격체인 사람으로 보는 것이 아닌 '국제결혼 돈을주고 신부를 구매해 왔다는 상품 물건' 정도로 취급하는 잘못된 인식에서부터 나온다. 최근 모 인터넷 사이트에는 '나는 외국인 아내를 사랑한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이주 여성과 결혼한 남성으로 소개한 작성자는 평소 자신이 아내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을 내용에 담았다. 글을 읽어보면 다음과 같은 표현들이 나온다. '가끔 말이 안 통해서 먹통이지만 그런대로 봐줄 만하다', '보고 있으면 예쁘긴 합니다', '고분고분하고 시키는 일은 잘 합니다'
해당 글의 '아내'라는 단어를 '최신 휴대전화기'나 '새로 산 TV'등으로 치환해 읽어도 어색하지 않을 표현들이 가득하다. 자신은 아내를 사랑하고 있다는 취지에서 쓴 글이지만, 이주 여성을 자신과 같은 한 명의 사람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예쁜 물건' 정도로 취급하고 있는 글쓴이의 인식이 엿보인다.
해당 글에 달린 댓글 등을 살펴보아도 이를 지적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훌륭하다, 좋겠다 등의 평가가 대부분이었다. 성별과 국적, 인종·피부색에 따라 인권의 크고 작음을 결정해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도 진작 다문화사회에 접어들었으며, 여러 가지 이유로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이주 여성들을 존중해 똑같은 국민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경제적으로 선진국 반열에 들었으나 국민들의 정신적 사고의 인식은 하위에 머무는 것은 모순이다.
이번 베트남 출신 여성 폭력 일을 계기로 가정 폭력, 특히 이주 여성을 향한 폭력에 대한 처벌과 감시를 강화해 이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행정적 제도적 법률적 정비를 해야 한다. 아울러 이주 여성들을 위한 경제·문화적 지원을 강화해 그들이 한국 사회에 더 잘 적응하고, 더 많이 소통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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