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금인하를 목표로 했던 누진제 개편이 전력수급 관리에 역행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본격적인 여름 더위를 앞두고 올해 여름부터 적용될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안의 틀이 잡혔다. 정부가 토론회를 통해 밝힌 개편안에 따르면 현행 체계속 구간확대, 여름에만 단계 축소, 연중 단일요금제로 누진제 폐지 등 3가지다.
이에 대한 국민의견을 수렴한 뒤 최종안을 확정해 다음달부터 개편안으로 시행될 예정이라는 것이다. 해마다 폭염의 위세가 대단해서 올 한여름 더위는 어떨지 걱정들이 많습니다. 전기요금이 무서워 서민층 가구에서는 여름이 두렵다는 말까지 나옵니다.
그렇다면 최선의 대안은 무엇일까요? 정부가 누진제 개편안을 마련한 취지를 생각해 보면 대전제는 분명합니다. 바로 여름철 냉방기기 사용으로 인한 국민들의 전기요금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겁니다.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은 대다수 국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서민층과 에너지 소외계층을 배려해야 한다. 기온관측 사상 최악의 더위를 기록했던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때이른 무더위로 인해 벌써부터 여름 날씨다. 사실상 에어컨 등 냉방기기 없이는 생활하기가 곤란한 지경이다. 특히나 전국적으로도 유명한 우리 대구의 무더위는 올해도 기승을 부릴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탄력적인 전기요금제로 국민들의 부담을 완화시키는 개편안은 환영하지 않을 수 없다. 누진제 개편안 3가지의 장단점을 비교해 보면 결과를 예상하기 어렵지 않다. 여름철 동안만 현행 3단계를 2단계로 줄이는 누진단계 축소 방안은 평균 할인금액이 1만7천 원에 달하는 등 혜택이 크다.
하지만 전력소비가 많은 가구들만 대상이 돼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도 있다. 누진제를 아예 없애는 방안은 이로 인한 논란을 잠재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요금인상은 불가피한 문제다. 특히 전기를 적게 쓰는 가구의 부담이 커지고 많이 쓰는 가구는 줄어들게 된다.
결국 최종안은 당초 200㎾h와 400㎾h인 구간경계를 300㎾h, 450㎾h로 확대하는 방향으로 개편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방안은 지난해 폭염때 이미 적용됐언던 개편안이다. 1차적인 검증을 마친 것이나 다름없다.
또한 3가지 개편안 가운데 가장 많은 1천629만 가구에 월 1만 원 이상의 혜택이 주어지게 된다. 국민들의 주머니를 고려하겠다는 개편 취지와 가장 부합하는 항목이라 볼 수 있다. 전문가들도 이같은 이유로 구간확대를 가장 유력한 개편안으로 꼽았으며, 토론회에서의 의견도 비슷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무더운 7월과 8월 두 달뿐이지만 한여름인 이 기간은 냉방기기 사용으로 전기요금 부담이 클 수 밖에 없어 국민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된다. 최근 치솟는 물가와 어려운 경기로 걱정이 많은 서민들로서는 더욱 그렇다.
문제는 요금인하를 목표로 했던 누진제 개편이 전력수급 관리에 역행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기요금 누진제를 도입한 것은 에너지 소비 절약 때문인데, 개편안은 전기를 많이 쓸수록 인하 효과가 커지는 구조라 이에 따른 한전의 재정부담이 새로운 문제가 된다.
원가를 충당할 수 있는 싼 가격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다면 효과적인 개편안이 되나, 현실은 그렇지 못한 실정이다. 화력발전의 대기오염에 아울러 효율성이 떨어지는 재생에너지의 한계 등으로 한전의 공급원가는 계속 오르는 반면, 개편안에 따른 요금인하로 최종 수익은 계속 줄어드는 구조적 문제가 심화된다.
그렇다고 해서 국민들이 기록적인 폭염 속에서도 전기요금이 부담돼 냉방기기를 이용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은 곤란하다. 따라서 주택 전기를 싼값에 공급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실제 전력판매에서 주택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의 13%에 불과한데, 53%로 가장 많이 쓰는 산업용이나 일반용에는 누진세가 적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 때문에 단순히 우리 경제의 우수한 경쟁력인 싼 산업용 전기요금을 막무가내로 올릴 수도 없는 일이다. 그러므로 요금격차의 부담을 한전에 전가시키는 것도 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국민의 편의와 산업 지원을 모두 잡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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