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이 지리멸렬 너무 형편없어, 야당들이 몇 년 안에 제 모습을 갖출 가능성도 낮아?
지난달 27-28일 베트남 하노이 북미 회담결렬에서 문재인 정부는 얼마나 속이 상했을까, 다된 밥에 재를 뿌리는 격이 됐으니 속이 상할 수밖에, 그래도 희망을 내걸고 북미회담 결렬을 다시 원점으로 되돌리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은 정말 북한이라면 자다가 벌떡 일어날 사람인가. 만약 이번 회담이 원만하게 합의가 됐다면 문 대통령 지지가 한껏 올라갔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문 대통령이 내건 '탈원전' '소득주도성장' '일자리 정부' 등 핵심정책 대부분이 역풍 끝에 표류하고 있다. 말로는 계속 추진한다지만 부작용을 틀어막는 데 급급해 하는 수준이다. 이 와중에도 문 정권이 끝까지 붙잡고 나가는 두 가지가 있다. 사실 정부 출범 후에 정말로 한 일은 이 둘밖에 없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하나는 북한의 김정은과 함께하는 '평화 이벤트'이고, 다른 하나는 국민 세금을 풀어 대중의 환심을 사는 일이다. 언뜻 보면 둘은 다른 문제인 것 같다. 그러나 결국 목적은 같다. 지금 시중에선 '가짜 비핵화에 대한 우려'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젊은 층에서도 '문 대통령은 북한 얘기만 나오면 이성을 잃는 것 같다'는 부정적 시각이 적지 않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비핵화가 어찌 되든 김정은과 평화 이벤트는 결코 포기할 수 없다. 문 정부의 지지율은 김정은 이벤트와 연동돼 움직인다. 이것으로 지방선거에서도 압승했다. 한번 하면 10%포인트 정도는 쉽게 오른다.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을 지지하는 이유도 김정은 이벤트와 관련된 것이 가장 많다. 대북 햇볕정책은 현 정권 지지 세력엔 '성경'과 같다.
'경제보다 남북'이라는 말을 할 정도다. 우리가 생각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지난 해 연말 그렇게 김정은의 답방을 기다렸던 것이다. 김정은이 서울 답방은 단숨에 지지율을 10~15% 높일 것이라는 추측은 문 대통령과 여당에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여기서 잘못되면 지지 기반의 이반을 불러올 수 있다.
문 정권에 '북한'은 국가 안보 문제이기에 앞서 지지 기반 이탈과 지지율이라는 사활적 정치 문제다. 국민 세금을 마구 퍼붓는 문 정부의 포퓰리즘 역시 지지율이라는 정치적 목적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건강보험 확대, 고교 무상 교육, 기초연금 인상 등의 복지 정책은 목표 연도가 다음 대선 직전이다.
건강보험 등 엄청난 돈이 드는 정책은 기존 기금을 임기 내에 대부분 소진시킨다. 그 다음은 모르겠다는 식이다. 다음 대선 때까지 선심을 계속 쓸 수 있기만 하면 된다. 언론이 선거를 위한 매표 행위라고 비판하는데도 청와대는 공식적으로 굳이 부인하지도 않는다.
북한 '김정은 이벤트'와 '포퓰리즘'은 둘 다 정책이 아니라 정치이고 표적은 '정권 재창출' 한 곳에 맞춰져 있다. 문 정권 출범 직후 어느 경험 많은 여권 정치인은 "문재인 정부는 정권이 출범하자마자 정권 재창출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내년 총선에 직접 전면에 나서 노골적으로 선거운동을 하는 것은 한국 정치 역사에서도 아주 이례적이다. 때린 사람은 발 못 뻗고 자는 것이 세상 이치다. 노무현 자살 후 이명박 대통령은 보복당할 수 있다는 피해 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야당보다 더 자신을 괴롭혔던 박근혜에게라도 정권을 넘겨주기 위해 노심초사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른바 '문재인 사화(士禍)'에선 사람이 넷이나 자살하고, 감옥 안에 내각(內閣)을 꾸릴 정도로 사람이 넘치고, 징역 합계가 100년이 넘게 됐다. 이 현실에서 문 정권이 발을 뻗고 잔다고 한다면 그것은 거짓말일 것이다. 만약 정권이 바뀌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지금 작은 예고편 하나가 상영되고 있다.
해당 장관이 출국 금지되고 청와대로 불길이 옮아 붙는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이다. 남북 관계, 소득 주도 성장, 탈원전 등등은 두 번째, 세 번째 문제일 수 있다. 문 정권이 추구하는 진짜 목적은 또 다른 무엇도 아닌 '정권 재창출'이 절체절명의 과제다.
사실 문 정권의 정권 재창출 가능성은 역대 어느 정권보다 높다. 일을 잘해서가 아니라 야당인 자유한국당이 지리멸렬 너무 형편없어서다. 야당이 몇 년 안에 제 모습을 갖출 가능성도 낮아 보인다. 그래도 연속되는 실정(失政)이 부르는 '정권 교체'의 심리적 불안감은 이 정권의 머리 위를 내내 맴돌 것이다.
사건의 실체가 있든 없든 불안감은 사람을 과잉 방어로 내몬다. 그래서 '보름 새 공항 3개 뚝딱' '2년 연속 빚 탕감'과 같은 막무가내 포퓰리즘과 '가짜 비핵화'에도 눈감는 '김정은 이벤트'가 한국을 얼마나 멍들게 할 것인지가 진짜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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