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세 인하, “국민부담 경감 차원서 환영...08년 10% 인하 별무효과, 30% 가량 대폭 인하해야
정부가 유류세 인하를 검토하고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유류세 인하 방안을 청와대와 협의중이라고 말했다. 김 부총리는 19일 국회 기재위 국감장에서도 이를 확인했다. 이날 기재위 국감에서 김 부총리는 "(유류세 인하 방안을) 청와대, 부처 등과 계속 협의중"이라며 "다음주 대책 발표에 포함할까 생각하고 있다"고 밝힌 것이다.
그러나 이날 국감은 이를 두고 공방이 벌어졌다. 즉 유류세의 소폭 인하는 가격에 영향을 못 미치니, 대폭 인하 또는 폐지를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기재위 국정감사에서 민주평화당 유성엽(정읍·고창 3선) 의원은 “유류세 인하를 환영한다”면서도 “다만 소폭 인하로는 가격 효과가 없음이 드러났으니 30% 가량 대폭 인하 또는 폐지할 것을 검토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이날 유 의원은 “우리나라의 유류세는 작년 한해에만 28조원의 세수를 확보한 중요한 세금이며, 따라서 동시에 높은 휘발유 가격의 원흉으로 지목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실제 올 2분기 기준으로 휘발유에 부과된 유류세의 비중은 소비자가격의 47.2% 수준”이라며 “여기에 부가세까지 더해지게 되면 총 세금 비중은 56.3%로 올라가게 되면서 휘발유 1만 원 어치를 사면 5,630원을 세금으로 내고 있는 것”이라고 현실을 말했다.
이에 유 의원은 “유류세를 인하하면 휘발유 가격이 낮아지고 이는 소비 진작을 불러와 경기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지금 정부가 유류세 인하를 검토하는 주된 이유”라며 “하지만 지난 08년 10%의 유류세를 인하했던 사례를 조사해보니 실제 휘발유 가격 인하효과는 없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유 의원은 “08년 당시 MB정부는 3월부터 12월까지 10개월간 유류세를 10% 인하했으나 유류세 인하 전이었던 1~2월과 유류세 인하기간 10개월 동안의 가격을 비교해 본 결과, 국내 휘발유 가격은 약 3%의 인상률을 보였다"고 자료를 제시했다.
이어 “또한 동 기간 DUBAI 유를 기준으로 한 국제유가는 7.8% 늘어난 것으로 조사되었다”면서 “휘발유 가격에서 국제유가가 차지하는 비중이 대략 40% 전후임을 생각해보면, 국내 휘발유 가격은 정확히 국제유가 인상률을 반영하였을 뿐, 10%의 유류세 인하 분은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당시 유류세는 인하 하였으나 실제 휘발유 가격은 오히려 증가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많았는데, 이번 조사를 통해 사실이었음이 드러났다”며, “결국 당시 유류세 10% 인하는 1.6조원의 세수만 날렸던 실패한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그런 다음 “유류세 인하를 적극적으로 환영하지만, 이번에도 08년과 마찬가지로 10% 소폭 인하 할 경우 실제 가격효과가 발생하지 않을 우려가 있다”면서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국민 부담을 완화하고 경기 활성화를 위하여 유류세를 30% 가량 대폭 인하하거나 차제에 폐지까지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답변에 나선 김 부총리는 “현재는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면서 "석유공사의 유가정보 서비스인 오피넷이 있어서 그전보다 훨씬 더 가격 수요탄력성이 큰 제품이고 그렇기 때문에 주유소 간 경쟁유발을 통해 실제 소비자 가격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리고는 “유류세를 10% 인하하면 휘발유는 리터당 82원, 4.9%의 가격 인하 효과가 발생하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고, 또 경유는 리터당 57원(3.9%), LPG 부탄은 21원(2.2%)의 인하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는 답변으로 휘발유 인하폭과 경유와 LPG인하폭의 차이가 크다는 점을 시사했다.
그러자 유류세 인하가 휘발유 소비가 많은 고소득층에 유익이 돌아갈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배기량 기준 2500cc 이상은 15%로, 일부 그런 면이 없지 않다"고 인정하면서도 "전국에 자동차가 2,300만대로 거의 2명에 한 명꼴"이라며 "대다수를 차지하는 중산층과 취약계층을 상정했다"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