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실 급식’으로 공분을 산 경북 경산의 A유치원 원장이 공금까지 횡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3일 방송된 시사프로그램 MBC ‘아침발전소’에서 부실 급식 논란이 발생한 A유치원을 집중 보도했다.
지난 7월 A유치원 조리사 B씨는 “93명이 먹을 국에 사용된 달걀은 고작 세 개뿐이었다”라며 아이들에게 부실한 급식을 배식한 사실을 폭로했다. 그는 “(유치원 측에서) 달걀을 세 개 넣어서 풀고 국이 끓을 때 휘휘 저으라고 했다. 아이들에게 미안해서 네 개를 깨뜨려 넣은 적이 있다”고 밝혔다.
B씨에 따르면 해당 유치원은 식단표에 감자튀김이라고 적고 감자과자를 내놓은 적도 있다. 또 간식 시간에 제공된 사과 7개를 원아 93명이 나눠먹었다. 그중 3개는 상한 사과였고, 상한 부위를 도려내 아이들 식판에 내놨다. 유치원 홈페이지에는 푸짐한 음식이 담긴 가짜 급식 사진이 나갔다. 아이들이 먹었던 음식에 썩은 고기는 물론 유통기한이 지난 잼까지 포함됐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A유치원에 아이를 보냈던 학부모는 “유치원에 갔다 오면 배고파서 밥 달라는 얘기를 많이 했고 아이가 유치원에 다닌 후 식탐이 생겼다”고 말했다.
‘아침발전소’의 취재 결과 A유치원의 문제는 급식뿐만이 아니었다. 부실한 위생관리와 공금을 횡령한 정황까지 포착됐다.
주 2회 시행되는 수영교육이 있는 날이면 아이들이 등원을 거부하거나 다녀온 후에 피부 발진이 생기기도 했다. “수업할 때마다 수영장 물을 교체한다”는 유치원 측의 주장과 달리 실제로 2주에 한번 물을 교체한 사실이 밝혀졌다. 그럼에도 수영교육을 위해 매달 교육비를 현금으로 요구했다. 학부모에게 현장 학습비를 받고 보고서에 해당 내용을 누락해 공금을 횡령한 정황도 포착됐다. 이에 대한 단속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스튜디오에서 해당 영상을 본 방송인 박슬기는 “불시에 단속을 나가서 현장을 잡고 자료도 꼼꼼히 살펴야 이런 일이 생기지 않을 것”이라며 미비한 단속 체계에 일침을 가했다.
관련 내용은 ‘파렴치한 유치원 폐쇄’라는 제목으로 지난달 10일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도 올라왔다. 청원인은 “경북 경산시의 한 유치원으로 인해 어린 자녀를 둔 부모가 분노하고 있다. 예전에 어린이집을 운영했던 원장이 교묘히 처벌을 피하고 다시 유치원을 운영하며 원생들에게 썩은 음식을 내놓다가 조리사의 항변으로 미수에 그쳤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조리사의 양심고백으로 원장의 파렴치한 행동들이 낱낱이 밝혀지고 있다. 한번 잘못을 한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원장들이 다시는 어린이 주변에서 일할 수 없게 정책을 내려 주십사하고 청원을 올린다”라고 했다. 해당 청원은 지난 3일 오후 기준 3700여 명의 동의를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