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그때 그 사람’이 아닌 무언가 새롭고 성실한 사람을 선택하자.
선거철이 시작되면 수없이 치러진 지난 선거를 통해 많은 것을 깨닫게 한다. 후보자들의 공약은 다양하다. 공약을 살펴보면 실행이 가능한 사안도 있지만 우선 당선되고 보자는 생각으로 터무니없는 공약을 남발해 지역 주민들의 마음을 들뜨게 해서 표를 얻으려 한다.
그리고 후일 당선되고 보면 말짱 헛것이 돼버리는 공약, 마치 우물에서 갈증을 푼 사람이 우물을 등지고 가버리는 것과 같다. 달콤하게 갈증을 푼 후에는 우물의 고마움을 쉽게 잊어버리는 것이다.
달콤한 과즙을 짜고 난 오렌지가 쓰레기통에 버려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필요에 의해 상대방에 의지하던 사람도 자신의 이익을 챙기고 나면 쉽게 돌아서 버린다. 이런 상황은 선거에서 흔히 보아 온 현상이다. 자신들이 필요할 때는 공손하고 예의 바르던 태도가 당선되고 나면 사라지고 만다.
단 하루나 이틀, 당선 인사를 할 뿐, 그 다음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지 얼굴 보기가 힘이 든다. 필요에 의한 기대감은 간절하지만 그것을 채워준 사람에게 감사하는 마음은 곧 잊혀지고 마는 것이다. 필요를 충족하기 위해 의지하는 마음은 너무도 짧기만 하다. 하지만 정녕 현명한 사람은 의지하는 마음보다 감사하는 마음을 앞세운다.
감사하는 마음이 크면 클수록 상대방과의 믿음이 오래가기 때문이다. 말만 그를 듯한 사람과 실천으로 보여주는 사람을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 자신을 온전하게 평가해 주는 사람과, 지위와 권력 때문에 아첨하는 사람을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 그럴듯한 말로 환심을 사려고 하는 것은 모래위에 지은 성이 천 년 동안 온전하기를 바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것은 미끼이며 덫이다. 또한 그것은 헛된 망상이며 그릇된 욕망이다. 소문만 듣고 만족해 하거나 기뻐하는 사람은 허영심이 강한 사람이다. 그런 사람들은 자신의 모습을 제대로 볼 줄 모른다. 그러므로 사람들에게 믿음을 줄 수 없고 진정한 친구를 곁에 둘 수 없다. 잎사귀는 무성한데 열매가 열리지 않는 나무는 대개 속이 텅 비어있다. 열매만 주는 나무와 그늘만 주는 나무를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
친구를 사귀고 사람을 만나는 일에도 이런 지혜가 필요하다. 우리는 선거를 통해 국민의 의무를 수행한다. 진정으로 투표를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대부분의 시민들은 우리의 진정한 심부름꾼을 뽑아야 한다는 진정성보다 ‘투표를 해야 하니까’ 라는 단순한 생각으로 투표를 하는 경우도 많다. 아니 선거 자체를 거부해 기권을 하는 사람도 30~40% 이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후보자들이 가장 좋은 방법은 유권자를 향하여 마음을 먼저 열어야 한다. 즉, 상대방 마음을 얻기 위해서는 먼저 나부터 마음의 장벽을 허물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후보자는 유권자의 마음을 얻기보다 공천자의 마음을 얻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한다. 그래서 결과는 별 볼일 없는 사람이 당선된다. 신이 아닌 이상 인간은 누구나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지성과 성격, 외모와 사고방식 모두 완벽한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은 나름대로 위엄을 갖추고 있지만, 겉모습만큼 뛰어난 자질을 갖추고 있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운명의 신은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에게 큰 재능까지 갖춰주지는 않는 모양이다. 누구나 내 것이 아닌 다른 것에 대한 동경이 더 크다. 그러나 동경이 동경으로 끝나지 않고 욕심으로 변한다면 문제가 되는 것이다.
누가 당선되고 말고를 떠나서 후보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각설이 타령’이 생각이 난다. "작년에 왔던 각설이 죽지도 않고 또 왔네."처럼 말이다. 그 때 그 사람이 다시 나오고 다음에도 또 나온다. 비유하기 좀 그렇기는 해도 권좌의 매력은 이래서 마약에 비유 하는가 보다.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수없이 당부하는 말이지만 ‘올바른 선택만이 지방자치를 살린다.’는 말이 맞아 떨어지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이번 지방선거는 무언가 좀 다른 방법의 선택이 필요한 선거가 되기를 바란다. ‘그때 그 사람’이 아닌 무언가 새롭고 성실한 사람을 선택하자.